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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이야기/예민한 아이 예민한 엄마

안 먹는 아이 : 전쟁 같은 식사 시간

by 반짝반짝 작은새 2021. 4. 24.

#. 밥 안먹는 아이를 둔 엄마

 

정말 많고 많은 엄마들의 대표적인 고민이 바로 아이들이 안 먹는 문제일 것이다. 오죽하면 밥 안먹는 아이를 둔 엄마들 모임 카페가 있을까. 

열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안 먹는다는 게 단순히 채소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편식의 차원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 밥그릇을 들고 따라다니면서까지 먹이는 사례를 보면, 왜저렇게 먹는 것에 집착할까 크면 어련히 알아서 다 먹을 텐데. 절레절레. 먹는 것에 연연해하는 엄마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자신있었다. 
기본적인 규칙들만 잘 지키고 건강한 식사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잘 먹을거라 생각했다.
한 자리에서 먹이기.
미디어 보여주지 않기. 
정해진 시간에 가족들이 다 함께 먹기.
즐거운 분위기에서 먹기. 
강요하지 않기.
아이 먹는 양에 연연해 하지 않기. 

낮에 충분히 에너지 발산하기.
서툴러도 스스로 먹게 하기... 등등등

 

 

#. 수유 거부


60일 좀 넘어서부터 열무의 수유거부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소아과 의사선생님은 으레 엄마들이 하는 얘기처럼 받아들이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
원래 애들이 그런 시기가 있다며, 지금 몸무게는 정상이니까 크게 걱정하지말고 수유할 때 분위기도 바꿔보고, 꿈수도 해보고, 이것저것 새로이 시도해봐라.

열무는 하루에 많이 먹어도 총 200ml 남짓이었고, 그마저도 걸핏하면 분수토를 했다. 

분명 그 전까진 잘 먹던 아이인데 왜 점점 수유거부를 하는 지 고민이 안될 수가 있는가.

엄마 입장에서는 눈에 보일정도로 살이 쭉쭉 빠지고 있었으나, 열무가 워낙 머리가 커서... 전체적인 무게는 저체중이 아니다보니 의사선생님은 문제로 생각치 않았다. 

 

아기들중엔 100일 즈음 수유거부 혹은 수유량이 줄어드는 양상을 한동안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열무는 일시적인게 아니었다. 

이 시기가 절정이었다면, 그 이후로는 무난하게(?) 수유를 거부했다.

아침, 저녁 이렇게 하루 두번 먹으면 잘 먹는 거였다.

 

안 먹을거예요.

 

배앓이를 하는 아이여서 모유를 오래 먹이고 싶었으나
열무의 모유수유거부와 더불어 심신이 지쳐 유축을 아무리 꼬박꼬박해도 점점 말라가더니 자연스레 단유가 되어버렸다.

나혼자 속이 타들어갔다. 
안 먹고 안 힘들어하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열무는 실컷 거부하고서 배고프다고 하루종일 그렇게 울었다.

모유직수도 싫다하고, 유축해서 젖병으로 수유해도 싫다하고, 스푼도 싫어 약병도 싫어,
모유가 싫으면 분유는 어떠니, 소화가 잘 안되는 거니, 맛이 없는 거니,

남양, 매일, 후디스, 파스퇴르, 특수분유, 산양분유... 등등 바꿔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젖병과 젖꼭지는 또 얼마나 많이 바꿔봤는가.


#. 이유식 거부

이유식은 잘 먹으려나 싶어서 후다닥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역시나 기적은 없었다. 
울고불고 거부하고 난리.

겨우 먹더라도 헛구역질 하다가 앞 타임에 수유한 것까지 다 토해내곤 했다.
내가 만든 게 맛이 없어서 그럴까, 혹은 내가 잘못 만들었나

몇 군데서나 이유식을 샀다가 허무하게 버렸는지 모르겠다. 

 

진짜 안 먹겠다고요!


혹여 달고 부드러운 과일은 잘 먹어주려나, 간식은 좋아하지 않을까.
개월 수가 될 때마다 새로운 과일과 간식거리들을 줘봤다.
바나나, 사과, 배, 수박, 딸기, 떡뻥을 비롯한 온갖 스낵, 빵 등등등....
입자를 아무리 곱게 해서 줘도, 즙만 짜서 줘도 열무는 입을 벌리지 않았다.

어쩌다 한입 먹으면 수분 후에 왈칵 다 토해냈다.

다른 아이들은 환장하고 순삭해버리는 과일칩, 다양한 스낵들도 노관심.

아직 열무는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건가,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이러다 언젠가 짠 하고 잘 먹어주겠지?
매일 매 끼니마다 상심했다가도 부정적인 마음 애써 꾹꾹 눌러담고 또 열심히 여러가지 음식을 시도하고 버리고를 반복했다. 


#. 유아식 거부

자기주도식 식사를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
9개월부터 핑거푸드를 시도했다.
온 사방이 워터파크+음식물쓰레기장이 되어도 꿋꿋하게 매 끼니마다 만들어주고 치우고 또 치우고를 반복

그러다 한번씩 먹어줄 때면 기뻐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일시적일 뿐이었다.

 

 

돌이 지나고 점점 먹을 수 있는게 많아지면 상황이 좋아질까 했는데

나는 되려 더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열무 개월 수의 다른 아이들 식판을 보다가 너무 슬퍼서 엉엉 울기도 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지 못하는 게 제일 답답했다.

병원에 가서 검사도 해보고, 처방 약도 먹여보고, 잘크톤 같은 식욕에 도움된다는 약도 먹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식감이 문제인가, 맛이 문제인가, 깊은 맛을 내야하나, 담백한 맛이어야하나, 채소가 싫은가, 고기도 싫은가, 죽이 싫으면 밥은 괜찮은가, 구워보고 삶아보고 쪄보고, 시판은 다르려나, 이 재료는...이 재료는....

 

나는 참말 정신이 쇄약해져갔다.
답답함, 속상함, 안타까움, 허탈감, 분노. 온갖 감정이 폭발할 것 같았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배고파 우는 아이가 한없이 미워지고 원망스러웠다.

대체 뭘,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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