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는 "보통"의 다른 신생아들과 달리 먹고 자는 것이 너무 어려워보였다.
조리원에서부터 유명했다.
신생아실을 들여다 볼때마다 열무는 혼자 깨어있었고, 걸핏하면 누군가에게 안겨있었고, 종종 젖을 물려서라도 달래달라고 내게 맡겨졌다.
조리원이 떠나가라 발악하며 우는 소리가 들리면, 누구지~ 애기 엄마 마음 아프게~ 했는데 알고보면 언제나 열무였다.
참고로 그 조리원이 아기케어는 정말 잘해주는 곳이었다.
집에 와서는 산후도우미 이모님을 일주일 불렀는데 (미쳤지! 고작 일주일이라니!)
집안일이며 반찬이며 아무것도 못해주셨다. 일주일 내내 그저 울고불고 토하고 잠 안자는 열무를 하루종일 안고 있다 가셨다.
방문을 쥐죽은 듯이 열어도 미묘하게 바뀌는 공기 기운에 번쩍 깨서 울고,
들릴락말락하는 밖의 엘리베이터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깨며 울었다.
윗집 물소리, 밖에서 들리는 사람 소리, 이불 바스락 스치는 소리... 열무가 잠들면 우리는 숨도 제대로 못쉬었다.
아주 작은 온도, 습도 변화에도 크게 반응 했으며, 낮잠밤잠 할 것 없이 30-40분마다 깨서 울었다.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으니 남편이라도 살라고 각방 쓴지 만3년째다. (지금도 밤에 적으면 3-4번, 잦으면 그냥 수시로 깬다.)
또한 시도때도 없이 토했다. 분수토를 하루에 몇번씩 했다.
게워내는게 아니라 온 사방에 다 튀고 온 몸을 다 적실만큼 미친듯이 왈칵왈칵 토해냈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이 병명은 아닐까 저 병명은 아닐까, 의심하고 걱정하며 찾아보는 게 일이었으며
모유 직수, 유축 다 해보고 젖병, 젖꼭지, 수유방법, 분유 종류도 몇번을 바꿨는지 모르겠다.
병원을 두세번 찾았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했다.
결국 남편과 나는 열무를 거의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손탄다 어쩐다 그게 다 뭐야.
토 좀 하면 어때~ 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자다가도 갑자기 분수토하여 콧구멍으로 다시 들어가거나 기도로 넘어가서 컥컥 거리곤 했으니...
(돌이 지나도록 분수토를 수시로 했다.)
이러한 문제로 아이의 컨디션은 점점 안 좋아졌고 식이거부까지 왔으며,
우리는 새식구 맞이한 기쁨도 잠시 점점 행복을 잃어갔다.
보통이라 하면 이상하게 들릴런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먹는 것 자는 것들에 대한 보통의 육아 상식이 도무지 통하지않았다. 그래서 점점 더 지쳐갔는지도 모르겠다.
힘들어하는 이 아이를 어찌 도와줘야할지 모르겠어서. 부모로서 무능력함과 책임감에 따르는 불안한 마음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어떻게든 버티고 버티는 기분이었다.
우린 정말로 전투에 임하는 사람처럼 서로의 시간을 쪼개어 분담하고 체력을 아끼며 비번을 서다시피하는 계획을 세우는 등 전략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기 급급했다.
서로 필요한 말만 하게되고, 서로 마주하는 시간은 점점 사라져갔다.
힘들다는 투정도 사치같아서 꾹 참았다.
어느 날의 늦은 밤, 남편이 내게 "힘들지..." 한마디 건냈고
그날 우리는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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