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저기에서 우리 애 한 예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랑하는 나의 첫째 아들 열무는 그 어디서도 그들의 아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뒤쳐진(?) 적이 없다.
직업상 아기 좀 많이 접해봤다는 분들도 열무를 만나고는 혀를 내둘렀다.
금쪽같은 내새끼 프로그램을 꼬박 챙겨보는 동생이 어느날 내게 말했다.
"언니... 열무를 쪼개어 놓은 애들이 나와.."
나도 생애 엄마가 처음이라 부족한 것 투성이인데
하필 초고난이도 아이를 첫 아이로 만나게 되어서
정말 미숙했고, 어려웠고, 힘들었고, 아직도 힘들다.
출산 후 호르몬의 공격만으로도 벅차오르던 산후우울증인데,
너무나 고된 육아까지 보태어
하지말아야할 생각에 이르렀다.
아침부터 열무를 붙들고 엉엉 통곡하며 울던 날,
남편은 그날로 직장에 사표를 내고 친정이 있는 지역으로 내려가자 했다.
그렇게 친정 근처에서 아슬아슬하게 견디고 견디던 나날들이 지나,
열무는 어느 덧 네살이 되었고, 나는 둘째를 낳았다.
(살만해져서 둘째를 낳은 건 아니고
여러 이유와 우리의 가족 계획에 따라 이 악물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서서히 느끼고 있다.
시간이 약이라... 얼마나 무책임한 말일까?
그러나 정말로, 예민함의 문제는 시간이 지날 수록
아주 더디고 더디게 나아지더라.
다만 그 시간을 얼마나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가
어떻게 아이의 예민함을 잘 다스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것은
부모와 주변인들이 끊임없는 이해와 기다림이 아닐까 싶다.
뒤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고, 잘했다 싶은 점도 많다.
만 3년을 지독하게 겪었고, 앞으로도 겪어나갈
예민한 아이의 험난한 발달과정과
그걸 함께하는 엄마로서의 이야기를 기록하자.
물론 의학적, 전문적 소견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관찰과, 줍줍 지식, 몇권의 서적에 근거 하였으며
의식의 흐름대로, 내 사색과 반성이 난무하는
시시한 육아일기일 뿐이지만
초심을 잃어가는 나에겐 뒤돌아보는 계기가.
우연히 찾아온 동병상련의 누군가에겐 한없는 위로가.
또 막막했던 누군가에겐 실낱같은 정보가 되었으면 한다.
PS. 예민한 아이에게 해선 안되는 행동과 말
피해야 할 육아 환경이 곳곳 보일 것이다.
이 사람 앞뒤가 다르네 할 수도 있다.
근데 나도 사람이고, 당장 살고봐야 하는지라
현실과 타협하고 굴복할 때가 많다.
다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점을 좋게 봐주면 좋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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