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자칭 이벤트의 달인이다.
연애할 때 부터 감쪽같이 몰래 준비해서 스토리 있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종종 해주곤 했는데, 눈치 백단인 나마저 종종 속이는 걸 보면 어느정도 인정해 줄만 하다.
큰 이벤트를 준비할 수록 입이 근질 거려서 못 참고 터뜨리곤 하는데 말야, 이 사람은 어찌나 꾹꾹 오래오래 참는지 마치 굴속에서 100일동안 쑥과 마늘만 먹은 곰마냥, 잘 버틴다.
그게 이벤트 성공의 비결이지.
그런데 유독 그게 안 통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눈치가 빨라서가 아니고
그저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미칠듯이 광대가 솟아올라서
아이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우리끼리 아 못참겠다! 하고서 공개해버리는 게다. ㅋㅋㅋㅋ
아휴, 이번 어린이날도 별 수 없다.
어린이날을 코앞에 두고 선물을 줘버렸다.
펀라켓 시크릿 타워.
우리집에 장난감이 워낙 많아서 앞으로 안 사야지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강제 방콕 보육 만1년이 넘는 동안 그 다짐이 무너짐이 수십번이네.
그래서 이제는 진짜 진짜 안 사줄거라 입술을 꽉 깨물었건만,
첫째가 광고 보면서 엄마 이거 꼭 사죠요~ 사죠요~ 하며 조르는 모양새가 생떼에 얄미운 게 아니라
엄마 지금말고요, 언젠가는 꼭 사주세요. 라고 하니
아휴 마음이 약해져 결국 어린이날 선물로 또 장난감을 샀다... ㅠㅠ
남편은 여자애들이 갖고 노는 것 같다고 사는 걸 반대했지만
실제로 갖고 놀다보면 탐정놀이 같아서 엄청나게 좋아한다.
이걸 하루종일 갖고 논다. 질리지도 않나보다.
본 장난감에는 악세사리들이 숨겨져 있었지만 걔네들은 이미 어디론가 쳐박혀 잃어버린 듯 하고...
우리는 가끔 여기에 젤리도 숨겨놓고, 보물지도도 숨겨놓고.ㅎㅎ
재밌기는 하다.
단점이라면 ..........
다 풀고 나면, 엄빠가 다시 다 채워줘야 한다는 것.
꼭 정해진 자리 아니어도 되니 남편은 꼬아꼬아 잠가놓는데도, 첫째가 순식간에 풀어버림 ㅠㅠ
풀고 채우고 풀고 채우고, 또, 또, 또, 또, 또... 하 끝없고 힘들다.
그래도
와락 껴안으며 한톨의 거짓없는 기쁨과 미소로
"어린이날!? 열무 어린이에요? 최고에요. 우아아아 행복해요!" 하며 좋아하던 얼굴이 지워지질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조금 서글픈 둘째, 열매.
형아만 줘서 서운했을까. 미안하다 네 것이 없구나.ㅠㅠ
너는 엄마가 진짜 어린이날인 내일 실컷 안아주고 놀아줄게.
우리 아이들, 언제나 매일매일 어린이날처럼 행복하고 기쁨 가득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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