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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이야기/하루하루

신생아 꼭 확인하자. 엉덩이 보조개 딤플

by 반짝반짝 작은새 2021. 4. 23.

#. 둘째는 알아서 큰다고들 하지

 

둘째는 둘째다. 
첫째는 하나 밖에 없었으니 온 신경이 첫째에게 향해서 뭐라도 발견하면 몇날 며칠 파고들고 알아보고 그랬는데,
둘째는 둘째에게만 오롯이 매달릴 수 없는게 현실인지라....
대단히 새롭거나 중한 것 아닌 이상
대충 맞겠지, 아마도 그럴 걸?, 별거겠어 하며 넘어가기 일쑤. 미안해 아가... 


신생아 때 집에 와서, 처음 열매 엉덩이를 닦이는데
순간 항문으로 착각할 정도의 구멍이랄까 움푹 패인 부분을 발견했다. 
처음엔 흠칫했지만, 
자세히 보니 진짜 구멍이 뚫린 것 같지도 않고, 
태어날 때 병원에서 별말 없었으니 그냥 이런 아기들도 있는가보다~ 생각하고 말았다.

이후로도 종종 열매 엉덩이를 볼때마다 항문인 줄 알고 헷갈려하며
이상하다 이상하다. 첫째는 안그랬는데... 중얼거리면서도
별거겠어, 문제가 있었으면 병원에서 얘기했을거니까 신경쓰지말자. 하고 넘어갔더랬지....

그저께 밤, 아이 이유식 관련해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우연히 딤플이란 단어를 알게 되었다. 

엄마의 감이란 게 참 웃기지. 딤플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어? 하면서 열매 엉덩이가 생각나지 뭔가.

그래서 바로 딤플 검색, 와 정말 엉덩이의 움푹 패인 구멍과 관련 된 명칭이었다.

 

 

#. 신생아 엉덩이 딤플(Dimple)이란

 

태아 형성과정에서 생긴 흔적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엉덩이 주름 근처에 보조개 마냥 움푹 들어가는 함몰 부분을 딤플이라 하는데, 
딤플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고
낮은 확률로 척추 기형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확인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애기 엉덩이 사진도 아닌데 퍼오기가 그렇군.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관련 이미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신생아 엉덩이 딤플 관련 사진들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여러 정보들을 읽을수록, 밤이 깊어갈수록, 나는 점점 심각해졌다.

딤플로 인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지극히 낮은 확률이라고는 하나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동반하는데

3개월 이전까지는 아기들의 뼈가 투명해서 초음파로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MRI를 통해서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게다.

아. 열매는 6개월!!!!!!!

미련한 엄마가... 간단하게 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 아닌가.

 

 

#. 당장 소아과로, 대학병원으로

 

밤새 한잠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 아침이 되자마자 채비하여 소아과부터 갔다. 

 

의사선생님 왈,

일단 여러 조건을 살펴봤을 때 문제가 될 사항이 없어보이긴 하지만

딤플이 얕지 않고 푹 들어간 게 신경쓰이긴 하니

확실히 하기 위하여 방사선 전문 담당의가 있는 큰 병원에 가보는게 어떻겠냐며 의뢰서를 써 주셨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딤플 진료로 유명한 서울대와 세브란스 중

추적관찰에 우선한다는 서울대에 바로 가고 싶었다. 서울대와 세브란스병원에서는 6개월인데도 초음파 검사를 한 케이스들이 있기도 하고.

하지만 여기 지방에서 4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2-3번 왔다갔다 해야하며

무엇보다 기나긴 예약 대기로 초음파는 한참 뒤에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적 여건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어 

한참을 고민고민하다 일단 근처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기로 했다.

 

그날 오후,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방문.

교수님께서 열매를 이리저리 다양하게 살펴보셨다.

딤플의 형태도 보셨지만, 열매의 몸을 구부려 보시기도 하고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시기도 하고.

 

잠깐 고민하시더니,

 

딤플이 문제가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1차적으로 주시하는 증상은
- 딤플의 깊이가 0.5cm 이상인지
- 항문으로부터의 거리가 2.5cm 이상인지
- 딤플 주위로 털이 자란다든지 
- 딤플 주위로 피부색이 다르다든지(모반같은)
- 볼록하게 뭐가 났다든지
이러한 것들이며,

 

열매의 경우 딤플이 깊기는 한데

여러 자세를 취해봤을 때 불편해하지 않는 걸로 보아 신경다발이 딤플로 하여금 잡아당겨지거나 하는 것 같진 않고

추가적인 외관상의 소견이 보이지 않아 애매하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깊이가 있다보니) 확실히 하기 위해 검사를 하는 편이 좋겠지만

지금 초음파를 찍기엔 늦었다고 한다... ...

 

물론 운이 좋아서 보일 수도 있으나 신뢰성이 낮다고 한다.

설령 지금 아닌 것처럼 나왔어도, 나중에 다시 확인 했을 때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확실히 하려면 MRI를 찍어봐야하는데

아기가 너무 어릴 뿐더러, 이 정도의 단서들만 가지고 무리해서 MRI를 찍을 필요가 있겠냐며.

저러한 단서들이 있음에도 실제로 딤플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열매는 2차적 증상이 발현되는가를 관찰해보자 하셨다.

아기가 아장아장 발을 떼고 걷기 시작할 때

아이가 걷는 모습이라든가, 대소변의 양상이라든가, 

뒤로 쳐졌을 때 불편해하는 부분이 있다든가,

아이가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부분이 있다든가 하는 것들이 보인다면

그땐 정말 MRI를 찍어봐야 하는 걸로. 10개월 후에 다시 외래진료 방문하기로 했다.

 

 

#. 자책은 굵고짧게... 

 

후. 예상은 하고 갔지만 

완전하게 털어버리지 못한 걱정과 근심,

지난날의 내가 안일하여 놓친 시기에 따른 자책만 가득 안고서 돌아왔다.

 

너무너무 속상했다.

 

지방에 내려와 둘째를 임신하고서 나름 병원급으로 간다고 갔는데 의료수준이 큰 도시에 비해 여러 불만스런 상황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무사히 아이를 낳았기에

나의 기대에 못미칠 뿐 기본적인 사항들은 잘 체크 해주었을 거라 믿었는데...

왜! 그 병원에서는 신생아 열매의 딤플에 대해 아무말 않았을까 하는 원망.

왜! 나는 뻔히 못미더워 했으면서도 철떡같이 그 병원에만 의지하고 있었을까 하는 자책.

 

딤플로 인해 문제가 될까봐 걱정하는 것 보다는

둘째에게 내가 이토록 무심했다는 생각이 정말 힘들게 했다.

 

3개월 전에 병원을 찾았다면

아기 힘들이지 않고 초음파로 간단하게 확인을 했을 것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서울이라도 갔겠지.

아마도 열매는 별일 없을 것이고, 훌훌 마음을 털 수 있었을 텐데

If.. If... If...

그동안의 안일함을 댓가로 앞으로의 불안감을 얻었다. 

아이가 아장아장 발걸음을 땔 때

딤플의 꼬리표가 내 마음 한켠에서 자꾸 괴롭히겠지.

 

하루종일 속상해서 손에 일이 안잡혔다.

하지만 계속... 후회만 하고 있을 수 없지. 털어버릴 순 없지만 앞으로의 일에 더 집중하기로.

 

아이가 크면서 문제가 있는지 잘 살펴봐야지.

열매는 건강할 것이고,

이번 일은, 조금 더 열매에게 신경쓰도록 아차! 하고 정신차리는 계기가 되는 것이리라

믿고 기도한다.

열매의 딤플도 여느 사람들 처럼, 아무것도 아니기를.

 

우리 둘째, 

엄마가 더 많이 신경쓸게. 건강하게 자라주렴.

 

 

 

PS. 지금도 조금 고민이다.

늦었거나 어쨌거나 서울대에 예약해서 다시 한번 진료를 받아보고 싶은데

아이들만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휴...

내일 전화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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