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제왕절개 출산 후기를 적다가... 2년이 흘렀네.
당황스럽지만 마치 어제의 일이었던 마냥 자연스럽게 마무리를....ㅋ
기.. 기억아 떠올라랏!
# 침대는 자동입니다.
입원실은 특실.
깔끔하고 아늑하다.
일반실과 특실 차이는
소파가 크고 작고, 침대가 수동이고 자동이고, 방 크기가 좁고 넓고인데
굳이? 라는 생각에 일반실로 거의 마음을 굳혔다가
방 자체가 너무 좁으면 거구인 남편 잠이나 잘 수 있겠나 싶어 특실로 했다.
마지못해 했으나, 입원실에 누워 있을수록 특실하기를 잘했다 싶더라.
대전미즈여성병원 입원실 특실에는
183cm 남편이 쭉 뻗어 누을 수 있는 소파, 보호자 침구, 아기침대, 가습기, 소독기, 자동물티슈, 세면도구 등등이 있었다.
사진은 안찍었지만, 자동침대까지.
제왕절개하면 침대 자동 자동 꼭 자동 하길 바란다.
남편보다 더 다정한 자동침대여...
출산축하선물도 보이고! 배도 너무 아프고!ㅎㅎ
출산을 했다는 실감이 났다.(이제서야?)
# 가스만 기다리다.
수술 후 이튿날.
나는 내 온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왜 가스가 안나오는 거죠? ㅠㅠ
전날 가스가 나왔으면 아침을 먹었을텐데...
40시간 가까이 굶었더니 배가 너무 고프다오..
하필 전날부터 수액 속도를 엄청 늦춰놔서
목도 바짝바짝 마르고 당이 떨어져서 식은땀에 현기증이 날 정도.
밤에 꾸벅꾸벅 자불다가 방귀를 낀 것 같긴 한데 잠결이라 불확신한 마음에 말을 못해서
뭔가 억울한 심정 ㅠㅠ
도저히 못 참겠어서 사탕이라도 먹어야하나 하는 찰나,
오전 11시 반쯤 가스 빵빵 터졌다! 올!레!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아... 씹을 것도 없는 희멀건 미음.. 아니 밥물이 나왔다.
순간 울컥했다. 서럽고 짜증났다.
자분하면 미역국에 밥 말아 먹을텐데, 40시간 공복 끝에 미음이라니!!
남편 보호자식..(욕 아닙니다.) 미역국에 오징어볶음에 소시지..!!
애는 내가 고생해서 낳고, 남편님은 밥 맛있게 드셨다.
나도 너무너무 씹고 싶다.ㅠ
그래도 이게 어디냐며 감지덕지하며 싹싹 긁어먹은 나.
# 고통과 수치심의 나락
원래는 오전에 소변줄 뽑았어야 하는데
가스 배출 지연으로... 계속 금식이다 보니
화장실가다가 쓰러질 수 있다고ㅋㅋㅋㅋ
늦춰지고 늦춰져서 점심먹고 난 뒤, 오후 두시가 되어서나 뽑아주었다.
소변줄 뽑고나니 찌릿찌릿하나 까짓거 아무 고통도 아니다.
속이 시원하다. 드디어 원시족에서 벗어나 팬티도 입음 ㅠㅠ
물론 팬티를 입는 그 사소한 과정도 너무 고통스러웠다.^^
왜 이렇게 심하게 아픈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봤더니 진통제 연결된 링겔이 잘못 조절되어
그동안 진통제가 잘 투입되지 않았다고 한다....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간호사가 그동안 괜찮았냐고 정말 마음 깊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못 참겠으면 말하라고 했었는데
이정도면 말해야 하나? 아니면 더 참아야 하나 하다보니 버텼건만...
찢어진 배의 고통을 그저 쌩으로 감내하며 지냈던 거다. ^^...
전날까지 피가 잘 안나다가
슬슬 움직이니까 고여있던 피가 쏟아져나와서
혹 출혈인가 싶어 간호사가 또 악마가 되어 내 배를 눌러댔다.
오오 노노 오오 노노 아아아아아아 @#$%\!!!!!!!!!!!!!!!!
소변줄 뽑고 4시간 안에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화장실 가는길이 천리만리..변기 앉는 건 엉겹의 시간...
소변 눌 힘도 없는데 생리적 현상으로 자연스레 압력이 가해져 죽을 맛...
움직였다고 또 한차례 피 한 바가지...
당연히 씻을 수 없고, 몸이 조금도 구부려지지않으니
속옷을 내리고 올리고, 닦고...
이 모든 걸 남편이 모두 지켜보고 하나하나 다 챙겨줘야 해서
너무 싫고 괴롭기까지 했으나
아프니까 그딴 프라이버시따위 수치심따위 ...
그리고 사실 나는 그저 아프고 수치스러움이 다지만,
남편은 내 징그러운 상처부위도 봐야하고, 수시로 오로패드 확인도 해줘야 하고
그러다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면 꿀럭꿀럭 터져나오는 오로도 마주해야했다....
우리 남편 이럴 땐 강심장이고 차분.... 휴...
아직도 트라우마 없어서 다행 ..ㅠㅠ
# 먹고 싶다!
저녁엔 밥을 기대했으나 택도 없었다.
죽이 나왔다. 죽이라고 해봤자 점심 때 먹은 미음에 작은 밥 알갱이가 얼핏얼핏 보이는 정도...
남편 보호자식은 두부김치 나물 오징어국.
어머님이 보내주신 과일바구니 너무 털고 싶은데
과일 먹으면 설사할 수 있다고 아직 안된단다. 내일 저녁때 먹으래... ㅠㅠ
과육 챱챱 과즙 챱챱 꿀꺽 하고 싶다고요ㅠㅠ
밤에 남편이랑 티비에서 해주는 영화 “형” 보는데
먹는 것 밖에 눈에 안들어왔다.
따뜻한 밥에 스팸도 먹고싶고
보글보글 파송송 계란탁 라면도 먹고싶고
달달하고 쫀득바삭한 탕수육도 먹고 싶고...
또 뭐나오더라...
토스트식빵에 딸기잼만 발라먹어도 넘나 맛있겠는 거ㅠㅠ
내일 아침엔 밥이 나오려나 기대한다.
열무 모유 물려주고 싶어도 먹은 게 없뜨아!!!
.
.
.
라고 기록.ㅋㅋ
어지간해선 먹는 거 집착 안하는데
이때 먹지 못하는 게 너무 서러웠나보다.
그 이후로는 대충 대충 증상만 기록하다가 중단되어 있었다.
4박 5일로 실밥 일부만 뽑고, 퇴원 하고 조리원으로 올라갔는데
훗배앓이가 너무 심해서
조리원 2주 내내 바닥을 기어다녔었더랬지.
회복도 너무 더디고, 심지어 산후조리도 잘 안되어서
임신이며 수술이며 정말 내 체질에 안 맞는 다고 생각했는데
또 둘째를 제왕절개로 낳았네. 하하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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