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데려온 물식구 구피와 비파들에게 정신이 쏠려 있었지만
나의 애완동물이라 하면, 반려조 피코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한때는 내 삶의 전부였고, 지금은 내 삶의 일부와도 같은
나의 반려조.
오랜만에 연락된 이들 중엔 나보다 새의 안부를 먼저 묻기도 한다.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설마 아직도, 하며 묻지만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사실 "잘"이라고 표현하긴 미안하고 죄스럽다.
임신과 육아에 시달려 내 몸 하나 돌보지 못하고 쓰러질 정도였으니
새들마저 살펴보기가 예전같지 못하고,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제작년 추운 겨울날 암컷 토토를 하늘로 보냈다.
처음 내게 올 때부터 원래 몸이 좀 안 좋긴 했는데
그럴수록 더욱 신경써야 했거늘...
나의 소홀함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이별을 하고 말았다.
그 이후, 피코는 더욱 외로운 생활을 했다.
피코는 예민하고, 토토는 사람을 훨씬 좋아하여
서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같이 동료같이 제법 잘 지내던 사이였는데...
아무쪼록 피코를 보면 항상 미안하고 안쓰럽다.
어두침침한 새장 구석에
깃털이 다 부서지고 뽑힌채 갇혀 있던 녀석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려 데려왔고
처음엔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하여 보살피고 사랑해주었는가.
어쩌면 초반 몇년 동안 쏟아부었던 나의 애정을 기억하고,
그 추억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대게 하는 말이, 자주 안 꺼내주고 안 놀아주면
다시 야생의 새로 돌아간다했었는데
피코는 여전히 내 손길을 기다리고,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나도 여전히, 피코의 애교 섞인 부름을 기다리고, 피코의 빛나는 눈동자를 좋아한다.
벌써 9살인 피코가 언제까지 내 곁에 있어줄까 두렵고 걱정된다.
그럴 때마다 더 잘해줘야지 싶은데 실천이 잘 안 되는 나날의 연속이다.
간만에 집중케어 해주려하면 시샘하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피코를 처음 데려올 때만 해도
남편, 41개월, 8개월 아기들까지
피코와 동거동락 할 거라곤 상상을 못했으니까...ㅋㅋ
긁긁 쓰담쓰담의 세계에 빠진 피코.
이렇게 한적하고 여유로운,
우리 둘만의 시간이 있었는데 말이야.
나도 그립다.
그래도 피코가 알아주면 좋겠다.
언제나 내 마음의 1호는 피코라는 걸.
건강해줘,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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