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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사소한 이야기

내돈내산: 자동회전냄비 램프쿡 이제 지키고 서있지말자

by 반짝반짝 작은새 2021. 4. 20.

#. 램프쿡을 아시나요. 

희한한 냄비가 눈에 들어왔다.
자동 회전 냄비. 
애써 외면했다. 사람들이 이제 하다하다 못해서 냄비까지 저어주길 원하는구나 대단하다 하며.
그러던 어느 날, 삼겹살 구워먹기에 딱이란 글을 보고는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태도180도 돌변해서는 냉큼 주문했다.
실컷 올라오던 핫딜 다 놓치고 뒷북치며 중딜쯤 구매.

남편이 또 뭘 사냐며 핀잔 줬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쓸데없이 사는 거 보셨어요 남편? 
기다려보세요. 

 

 

#. 그는 완벽했다. (feat.꾸역꾸역 단점 찾기)

택배가 총알같이 왔지만 현관에서 문전박대 당하며 며칠을 기다리다, 삼겹살 사오던 날 겨우 우리집 안으로 들어왔다. 개봉샷 같은 것 없다.ㅋ

 

타원형으로 생긴 램프쿡

 


남편이랑 첫애랑 목욕하고 나오는 동안 램프쿡으로 삼겹살을 구워다가 차렸는데 남편이 냄새가 안나서 고기 구운 줄 몰랐단다.
일단 합격이고요. 

 

냄비에 잘려진 삼겹살 투척하고서 "너만 믿는다."
칭얼대는 둘째 업고 거실 이래저래 걷다가 
슬쩍 다시 다가가 확인해보니 조리 끝...!!!!??? 캬
편리성, 조리시간 합격입니다.

 

대망의 시식시간.
남편 한입 갸웃 두입 갸웃 갸웃갸웃 ..... 갸웃갸웃갸웃

하는 척 계속먹는다...ㅋㅋㅋ
침묵속에서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일부러 조금 남겨둔 삼겹살에다가 익은 총각김치 썰어 넣고 밥 넣고.... 
램프쿡이 자동으로 비벼(?)볶아주길 기다렸다가 그릇에 담아내었다. 
남편 결국 참지 못하고 "캬....!!!!! 잘 샀다!" 

 

빙글빙글 돌아간다 돌아간다.



설거지도 기가 막힌다. 세라믹 코팅이 잘 되어 있어서 스르륵 씻긴다.
코팅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다. 이건 써봐야 알겠지. 

그래,이거야. 우리집에 진짜 필요한 거였다고!
그동안 왜 외면한거야? 바로 이거라고! ㅋㅋㅋㅋ

 

내 마음에 쏙 들어버렸지만
그래도 침착하게 단점도 찾아 긁어모아보자. 
- 냄비가 은근 크고 회전날개 이런 거에 다 묻어나니까 죽이나 스프 할 땐 양을 넉넉하게 해야 될 것 같다.
- 회전날개가 건전지로 돌아가는 터라 갈아주어야 할텐데 귀찮을 것 같다. 
- 냄비 하단 코팅으로 인덕션이 긁히기도 한단다. 설명서에 수평으로 끌지말고 수직으로 들고 내리라고 되어있다.
- 고기 구울 땐 기름받이 마개 대충 끼워도 충분하지만 수분이 많은 요리할 땐 꽉 끼워야 할텐데 끼우고 빼는데에 손가락이... 힘들다?... 보단 귀찮다...?


오 쓰다보니 꽤 많아. 
근데 이런 거 뭐... 우리에겐 아무렇지도 않네 ㅋㅋㅋㅋ 

 

0123
순서대로 램프쿡 내부. 건전지가 들어가는 회전 손잡이. 램프쿡 바닥면. 기름마개 끼우는 곳. 



#. 노력대비 가성비 쩌는 맛

고기 맛 모르는 막입 아니다.
직화로 구워야 제맛인거 나도 알고 다들 알지만

주방분리 안되어 있어서 고기 한번 굽노라면 

침대방까지 쳐들어와 고이고이 깔려있는 고기냄새에 밤새 시달리고, 

미세먼지니 뭐니 환기 시키기 힘들다보니 1인분도 구워먹기 두렵다. 
그나마 냄새 덜 난다고 한창 애용했던 자이글도 

시간이 지날 수록 그 효과가 떨어질뿐더러 이제 어린 아이들이 있으니 화상이 무서워 꺼내지를 못한다.
에프로 구워먹어보긴 했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열선에 기름다튀고, 용량큰 에프 청소하느라 고역ㅠㅠ

무엇보다, 껌딱지&에너지200%인 어린 애 둘 데리고
식탁에 정답게 마주앉아 여유롭게 고기구워가며 너 한점 나 한점... 피식. 상상도 안되네.
우리만 불가능한 건가.(그럴 수도 있지만) 
나가서 먹는 건 더 불가능ㅋㅋ

오죽하면 구워서 배달해주는 고기도 시켜먹어봤는데 비싸기만 하고 별로였다. 
그래서 농담보태어 첫애 낳고 3년동안 자연스레 초식동물 되어 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우리를... 다시 설레게 하는 너란 존재 램프쿡....  

 

적당히 노릇하게 구워진x 볶아진o 삼겹살.

 

 

굽는다기보다는 볶는 것에 가깝지만
방치해뒀다가 먹기만 하면 되는터라
노력투자 대비 이정도 맛이라면 그저 감사합니다. ㅠㅠ

카레, 불고기, 볶음밥, 제육, 갈비찜, 죽, 스프 등등 이런 요리에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우린 램프쿡 사고서 삼겹살 목살만 내내 구워먹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잘샀다 잘샀다 너무 잘샀다.
남편도 매우 흡족해한다. 훗.

포스팅 하다 보니 오늘은 카레가 땡기는구나.
램프쿡으로 카레를 해야겠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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