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항 여과기의 중요성
어제 갑작스레 새로이 만나고 떠난 구피들로 정신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 또 해야할 일은 해야지.
벼르고 있던 여과기 교체!
처음에 나는 여과기라는 것을 쉽게쉽게 생각했는데, 물고기들에게 물이 중요한 만큼 여과기는 물리적 여과와 생물적 여과라는 막대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배변이나 이물질 등을 걸러주는 물리적 여과를 함과 동시에 유익한 박테리아 서식을 도와 생물적 여과를 하기 위해 적절한 크기와 적절한 구조의 여과기가 필요함!
어항 받을 때 같이 딸려 온 걸이식 여과기로 비파는 잘 살아온 듯 했는데 구피들까지 데려오니 좀 부족한 것 같다.
거기다가 기존 걸이식 여과기의 소음이.. 소음이..
내가 소리에 예민한 것도 있지만 참으로 시끄럽고 거슬린다. 평소 둔하디 둔한 남편도 쟤 좀 어떻게 해보라고 할정도니..
그래서 여과기를 바꿔주고 싶은데 너무 작은 어항이라 여과기 들어갈 자리가 없다.
국민여과기로 보이는, 물생활 고수님들 어항마다 들어가있는 스폰지여과기가 있던데... 우리 어항은 해당 안 된다.
별 수가 없으려나 상심하던 중 외부여과기라는게 있다해서 검색했다.
주르륵 나오는 리스트에서 대강만 봐도 어마무시한 가격과 본격적인 물생활을 강조하는 자태...
뒤로가기 버튼으로 향하다 목록들 사이에 미니 라는 단어가 보여 후다닥 눌러봤다.
아마존 미니외부여과기. 모델명 HW-603B.
아마존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여과기라 아마존인 줄 알았더니 그냥 얘네 상호명이다.
HW-603과 구별해야 한다. 모터까지 달려있는 건 HW-603B이므로 잘 보고 사야한다.
#. 내 어항에 맞는 여과기
시간당 유량 400L 란다. 우리집은 3리터 좀 넘게 물 들어가는 어항인데... 과, 과한거 아닌가.
계산을 해보자.
검색해보니 시간당 어항의 물이 5회전 해야한다, 6회전 해야한다, 10회전 해야한다 말이 다 다르지만, 아무튼 5-10회전 사이면 되는 것 같다.
어항의 물량은 (가로x높이x물높이)/1000 하면 됨.
우리집 어항은 14x21x13/1000=3.8L........
3.8x5=19L 혹은 최대 3.8x10=38L면 되는데.... 얘는 400L라는데요....
물론 제조사 스펙에 비해 실제 출수량이 적다고 하지만, 그렇다해도 너무 과한 스펙이네.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이거보다 작은 걸 못 찾겠는 걸 어떡해.
리뷰를 보니 소음도 나쁘지 않다하고, 에라, 더 알아 볼 여유가 없어 당장 구매.
#. 여과기 조립은 빡세다. 물리적으로.
목이 빠져라 기다려 도착한 박스를 보고 크기에 흠칫했다.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큰거지?
박스 오픈하자마자 남편이 수족관 차리냐고 한마디 한다.
네... 그러게요.. 분명 미니라고 했는데요. 정녕 이걸 미니라 할 수 있는건가요 ㅋㅋㅋ
본체도 본체지만, 호스나 부품도 너무 굵직하고 크다. 부담X10000.
일반 외부여과기에 비하면 작아서 미니여과기인가... 대체 일반 외부여과기는 얼마나 큰거야.
일단 샀으니 써 봐야지. 남편의 눈총을 애써 맞아가며 뽀시락 뽀시락 열심히 조립했다.
조립설명서가 없다. 귀찮아서 대충 감으로 한참 끼우다가 혹시 몰라 유튜브 영상 참고하며 다시 점검..ㅋ 물이 새면 큰일 나니까...
조립이 까다롭지는 않다. 부품이 뭔가 자잘자잘 해서 어지러운 듯해도 출수구 조립, 입수구 조립 끝.
다만 이게 중국산이라 그런가 참 마감이 허접하고 대충 만들어져 있어서 답답하다.
흡착판 끼우는데 플라스틱 마감이 엉망이어서 흡착고무가 심각하게 안 들어갔다. 꾸역꾸역 넣느라고 손이 너무 얼얼하고 아파서 화가 날 지경이다.
뿌득뿌득 이를 갈며 겨우 한개 끼웠는데 이걸 세개나 더 끼워야 해서 육성으로 욕할 뻔.
이 와중에 우리 아가들, 한 녀석은 엄마 도와준다며 헤집고 한 녀석은 도와달라 부르짖고 난리다.
이 난리통에 꿋꿋이 여과기를 조립하고 있는 나도 대단하다.
혼자 낑낑 깽깽 뿌득뿌득. 완성했다.
이음새 조립할 때마다 힘이 딸려서 너무 힘들었다. 남편한테 부탁할 걸 늦은 후회..
#. 설치 및 사용 후기
어항보다 여과기를 아래에 설치해야 한다.
우여곡절끝에 자리를 마련하여 설치하고 두근두근 전원을 켰는데 이런.
에어가 차서 모터만 돌아간다.
에어를 따로 빼주는 장치가 없어서 작동이 제대로 안 되면 입으로 물을 빨아들인 다음에 쓰라는데 그건 너무 싫어ㅠㅠ
여과기 본체를 이리 움직였다 저리 움직였다, 어항을 더 높이 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겨우겨우 출수구 가까이에 아슬아슬 물이 차오르긴 했는데 그 한계를 못 넘는다.
마지막으로 호스 길이를 딱 맞게 잘라보기로 했다.
혹시 어항을 이동하는 일이 생길까봐 호스를 일단 안 자르고 설치했는데
꼬불꼬불 꼬이기도 하고 너무 길었나보다.
설치하고자 하는 길이에 맞게 잘라내고 물살 강약을 조절하다보니 이내 쏴아~ 물이 나온다.
본체 모터 소음 만족도는 70점 정도?
워낙 기존 걸이식 여과기 소음이 강했기에 처음 아마존 미니외부여과기를 켰을 때는 무소음에 가까운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 갈 수록 점점 거슬리기는 매한가지긴 하다. 컴퓨터 쿨러를 세게 돌리는 듯한 거슬림인데 잔잔한 진동소리가 강하게 난달까.
낮에는 가까이 가지 않으면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고, 적막한 밤에는 아주 잘 들린다.
또한 어찌 자세를(?) 잡느냐에 따라 진동 흐름이 달라져 소음의 세기도 달라지니 본체 여과기의 위치와 모양새도 신경써서 배치해야한다.
유량 만족도도 70점 정도. 이건 모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과해서 마이너스다.
어항 크기에 비해 수류가 너무 강하다. 조절기로 유량을 줄여도 강하다.
사람들이 수류를 줄여 주는게 오리주둥이라 하길래 그렇게 생긴 걸 꽂았는데 미친 물살이 물속에서 회오리 치는 듯 했다. ㅠㅠ 좋은 오리주둥이를 꽂아야하는 건가?
여튼 후다닥 레인바라고 하는, 여러 갈래 물줄기가 나오는 출수구를 꽂아서 벽면을 타고 내리게 하니 훨씬 나아졌다. 구피들아 미안 놀랬지.
아쉬운 점은, 입수구에 끼울 수 있는 미니 프리필터가 함께 패키징 되어 있지 않아서 따로 구매해야하는 것.
주문할 때만 해도 굳이 필요할까 했는데, 입수구에 빨려들어가는 물을 보니 모터의 수명을 위해서 가급적 프리필터를 씌우는게 좋겠다. 게다가 갓 태어난 치어들이 빨려 들어갈 것 같기도 하다.
뒤늦게 프리필터를 추가로 사려니 배송비가 아까워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주워담고 있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함...STOP!!!
걸이식 여과기도 그랬지만, 아마존 미니외부여과기의 레인바도 물 위로 떨어지면서 작은 기포를 발생시킨다.
어항이 작고 생물이 적다 보니 이 정도면 용존산소량은 충분할 것 같은데
나는 물 떨어지는 소리가 싫어서 벽면으로 흐르게 하니 당연히 기포도 줄어든다. 음... ...
할 수 없이 하룻밤만 기포가 발생하도록 두기로 하고, 후다닥 기포기과 에어호스도 주문했다.
덕분에 나는 또 남편 눈치를 보며 택배를 뜯어야 했다. 하아... 이 작은 어항에 대체 얼마나 들어가는 거니.
그래도 여과기가 바뀌고서부터 물이 더 맑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구피와 비파 일당 너희도 부디 쾌적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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