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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이야기/하루하루

아이들과 갈만한 곳, 남해 양모리 학교

by 반짝반짝 작은새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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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일팔일팔 욕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는, 열무의 18개월을 겪으며

가정보육이 힘들어 밖으로 밖으로 한참 다니던 코로나 이전의 어느 때에

지인들 추천으로 가 본 남해 양모리 학교.

그때는 열무가 어리고 예민하여 울기만해서 번갯불에 콩 볶듯 돌아온 기억뿐인지라

파릇파릇 초록잎이 올라오는 봄을 맞이해 3월 말, 아이들과 다녀왔다.

 

네이버로 예약하면 할인가로 구매가능하다. 성인 4000원, 소아는 2500원.

양모리 학교로 가는 중에 슥 결제 완료.

소아 5세부터라고 되어있는데 만 5세 말하는 거라

우리 애들은 무료다. 혹시 몰라 사장님께 한번 더 여쭤보기도 함.

 

 

 

#. 변함없이 정겹고, 좀 더 다채로워진 양모리 학교

 

꼬불꼬불 길을 달리고 달려

저기다 저기, 하고 양모리 학교가 보일즈음부터 마중나와 주차자리를 안내하시는 사장님.

거의 3년만에 온 나는 폭삭 늙고 돼지가 되어 왔는데....

변함없으신 모습에 감탄. 정정해 보이셔서 좋았다.

뭔가 새로운 것도 여기저기 보이고.. ㅋ

마지막에 태워달라고 하면 태워주신다.

 

네이버 예약으로 했다하니,

장부에 이름과 연락처를 써달라 하시고는

동물들 먹이인 배춧잎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주신다.

 

누구한테도 주고~ 누구한테도 주고~ 누구도 잘 먹어~

먹이는 이렇게 주고 저렇게 주고 어떻게 주면 돼~

시골 친할머니댁에 온 것 같은 기분.

 

마침 이날 날씨가 무척 좋아서 벚꽃이 퐁퐁 터지듯 피어나고 있었고

바람은 좀 불었지만 햇볕덕분에 따스하게 느껴졌다.

아이들 손 맞잡고 흙길을 걸어가노라니 

한 걸음, 한 걸음, 디딜때마다

아이들의 시선이 흙바닥에 꽂혔다가, 돌맹이에 꽂혔다가, 민들레에 꽂혔다가.

시골은 이래서 좋다.

우아아아아! 하며 달리는 열무

 

양모리 학교에는 양뿐만 아니라 작은 동물들도 여럿 있고

여기저기 소소하고 흥미로운 장식물과 설치품들이 있다.

예전보다 여기저기 손길과 정성이 더해진 느낌이 들었다.

 

움직이지도 않는 나무기차여도 아이들은 마냥 좋다고 흐흐흐.

형아 달려달려, 우리 달리는 거 맞지?

 

어디서 구해오셨는지 너무도 궁금한 비행기 시소는 우리 두 아이들에게 인기만점.

여러명이서 탈 수 있던데.. 이거 구하고 싶다요.

 

 

 

#. 양떼가 무섭다면 여기에 집중

 

양들에게 가기 전에 작은 동물들이 모여있는 마당(?) 같은 곳이 있다.

토끼, 닭, 돼지, 포니(?), 염소, 기니피그 등등 있는데 

바구니를 들고 있으니 눈치 백단 동물들이 난리난리.

아이들이 먹이주기에 제일 만만했던 기니피그... ㅋ

 

손님들이 먹이주는 것에 익숙해져서 우르르 몰려들어 아웅다웅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무섭고, 신기하고, 재밌고, 귀엽고... 마음이 복잡해보인다.ㅋㅋ

나도 덩달아 신나서 같이 모이를 주며 놀았지만

마음 한켠엔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 ㅎㅎ

미안하니까.. 많이 먹어...

 

엄마 마음을 읽었는지 쉬지않고 계속 주는 열매야..

여기서 배춧잎 거의 탕진ㅋㅋㅋㅋ

먹이를 다 나눠주겠다는 사명감으로 진지하신 분

 

 

 

#. 자연속에서, 숲속 놀이터

 

놀이터, 하면 지나칠 수 없지. 

언덕을 오르는 남편과 나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인데, 아이들은 발걸음이 참 가볍구나...ㅎ

올라가는 길에 솔방울 줍고, 나무막대기 줍고...

아이들은 모든게 장난감이다.

 

이내 도착한 숲속 놀이터에는

조그맣게 모래놀이 할 수도 있고, 해먹도 있고, 그물그네도 있고,

매달리는 기구도 있고, 아기자기하게 많아서

아이들이 즐거워 하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신나게 놀았다.

푸릇푸릇 해진 뒤에 온다면 더 좋을 것 같은 숲속 놀이터.

 

 

하지만, 낡은 것도 있고 먼지투성이인 것들도 있어서 

둘째처럼 많이 어린 아이를 놀리기엔 어려움이 있었다.ㅠㅠ

엄마가 이것까지 대비하지 못했단다... 너무 더러워지기 전에 이만 가자...

더 놀겠다는 아이들을 남아있는 먹이가 담긴 바구니로 유혹하며 이동.

아빠, 한번만 더 타고 가요. (열매는 이미 엄마에게 납치되어 이송 중)

 

 

 

#. 파란하늘 파란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쭉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니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가는 길목엔 아기 양들이 방목되어 있었다.

 

나도 "따라붙는 것"에 겁이 많은 편이라

양떼가 몰려들면 무서워서 바구니 집어 던지고 도망가는데

애들은 오죽하랴. 양떼 우르르 오면 안으라고 안으라고 난리가 난다.

그렇다 보니 순한 아기양들 두세마리 방목되어 있는 게 반가웠다.

열무와 열매가 마음을 놓고 먹이를 퍼다주었다.ㅎㅎ

 

첫째는 그래도 무섭다며 의자에서 못내려왔는데

겁없는 둘째는 아기양이 배춧잎 먹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살짝 쓰다듬어 보고

귀도 스윽 잡아당... 이눔시키 그럼 안돼!!!

 

아기양들이 먹이를 줄 때는 정신없이 계속 따라오지만

먹이 주는 이가 없을 땐, 철망 너머 양떼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계속 그쪽으로 가며 우는 걸 보니

또 마음이 아팠다. ㅠㅠ

미안하다 이거라도 많이 먹고 가라 아가..

 

 

 

#. 칙칙폭폭 아니고 덜컹덜컹 기차

 

마지막 코스로 탄 깡통기차. 

남편은 무게도 무게고, 허리가 아플 것 같다 해서 혼자 대기하고

열무 혼자 한칸, 나와 열매 한칸 차지하고 앉았다.

덜덜덜 정말 형편없는 승차감인데도 

아이들도 나도 매우 신남 ㅎㅎㅎ

 

다만 운전차(트랙터)와 가까울수록 안전하다 그래서 바로 뒤에 탔더니

매연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숨쉬기가 힘들었다. 열무 지못미 ㅠㅠ

조금만 뒤에 앉을 걸.

그 외에는 완벽했다.

회차지에서 뱅글뱅글 계속 돌아주시는데 운전실력이 일품 ㅎㅎ

우리가 너무 좋아했었는지

다른 사람들 내려와서 탈 때 또 타도 된다고 하셨다.

인정이 넘치는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 남해 양모리학교를 떠나며

 

바구니만 보면 달려드는 동물들이 불쌍하고 안쓰러운 마음도 사실이고,

아이들이 동물들하고 도란도란 얘기하고 먹이 주며 사랑을 나누려는 모습에 기쁨을 느낀 것도 사실이고.. ㅎㅎ

양면적인 부분이 있긴 했지만

동물들 먹이주는 것 말고도

 

숲속놀이터나, 깡통기차, 아기자기한 설치물과 장식물도 좋았고

넉넉하고 푸근한 어르신들의 인정도 좋았고,

무엇보다 양모리 학교에서 펼쳐진 남해 경치가 

우리 부부 뿐만 아니라 아이들 눈에도 매우 싱그럽고 해피해피한 인상이었던 것 같다.

 

따스한 봄볕같던 이 날의 기억이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 속에 오래오래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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